코카서스를 넘어 아라라트를 만나다
조회수 725 회
옥창열
휘감고 조여오던 상념과 어지럼도
이국의 태양 아래 씻은 듯 사라지니
역마살 떠도는 것도 팔자인 듯하여라
아제르바이잔
바다 같은 호수를 낀 불의 나라 도착하니
사막화 진행되는 민둥산이 안쓰럽다
선사인 남긴 암각화엔 사냥감이 넘치는데
* 아제르바이잔 : '불의 나라'라는 뜻
라이터 그어대면 검붉은 불 올라오고
용암 대신 올록볼록 진흙 화산 숨 쉬는 곳
땅속에 그득한 보물 신이 내린 선물인가
먹장구름 몰려드는 중부 고원 넘어서니
척박한 황무지가 비단결 푸른 벌로
이곳을 경계로 두고 문명 야만 갈리는지
옛 교회 땅속에는 바이킹 유골들이
카라반 숙소에는 실크로드 그릇들이
역사를 쓰고 있구나 이 땅에 명멸해 간
사람 내 맡아보려 바자에 들렀더니
몸 잃은 양 머리들 눈알을 부릅뜬 채
두 발로 오가는 이들 부럽게 쳐다본다
프레스코 현란한 칸의 여름 궁전에는
주인은 간 곳 없고 오백 살 노거수가
두 팔을 한껏 벌리며 손님맞이 한창이다
번화가 거니는데 섹스 마사지 호객꾼이
내 나이를 착각했나 소매를 잡아끈다
율법이 엄중하지만 이곳도 사람이 사네
아르메니아
연초록 고산지대 흰 눈 덮인 산봉우리
환상적인 풍경이 선경을 방불한데
그중에 콧대가 높은 민족 하나 살고 있다
산 채 껍질 벗기운 사도를 기리는지
이 산비탈 저 산등성 첨탑이 풍년이다
지천인 양귀비꽃에도 십자 문양 또렷하고
* 십이사도 중 성 바로톨로메오가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전승이 있다.
옥빛 세반 호숫가에 야생화 만발하고
반짝이는 윤슬 위로 갈매기 낮게 나니
여기가 천당인 것을 죽어 천당 찾을 건가
바위 동굴 수도원 천 길 절벽 석조 교회는
이교도 신전 앗아 간판 바꿔 단 거라는데
신앙이 무엇이길래 장물아비도 서슴잖나
노아 방주 전설 품은 아라라트 앞에 서니
만년설 인 선경에 외경심이 절로 난다
이 민족 마음의 고향 꿈에서도 보일 듯한
강대국 박해받아 정처 없이 떠난 유랑
수많은 발명으로 인류사에 공헌하니
명석한 두뇌로 치면 유대인 뺨을 치네
자유를 찾았지만 삶은 녹녹지 않구나
꽃다발 두 개 손에 든 아이가 떨고 있다
구체제 그리워하는 노년층도 있다 하니
조지아
교회 첨탑 사이로 포도밭이 펼쳐지고
흰 구름 모자를 쓴 고산이 아득하다
기독교 나라 아니랄까 국기에도 붉은 십자
신앙으로 물리치려 대장경판 새기듯이
요새마다 거대 성당 곳곳에 지었구나
무심한 나비 한 마리 성벽 새로 날아간다
외침에 시달리던 산정 성곽 마을에는
진초록 녹음 속에 야생의 양귀비꽃이
희생된 고혼 달래며 피처럼 피어있다
눈 돌리면 산인데 등산객은 볼 수 없고
서른만 넘어서면 운동도 안 한다는데
그 무슨 조화를 부려 장수를 한단 건지
험준한 벼랑 타고 구름 위로 올라서니
설산에 흰 구름 그림자 내려앉고
외로운 코카서스가 우릴 향해 환호한다
스탈린이 태어났던 고리를 지나가니
소 양 떼 풀을 뜯는 대평원이 펼쳐진다
이처럼 기름진 땅에 독재자가 웬 말인가
검은 파도 넘실대는 흑해에 도달하니
포성과 아비규환 환청이 들리는 듯
가볍던 걸음걸음이 땅에 붙어 천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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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를 넘어 아라라트를 만나다
옥창열
휘감고 조여오던 상념과 어지럼도
이국의 태양 아래 씻은 듯 사라지니
역마살 떠도는 것도 팔자인 듯하여라
아제르바이잔
바다 같은 호수를 낀 불의 나라 도착하니
사막화 진행되는 민둥산이 안쓰럽다
선사인 남긴 암각화엔 사냥감이 넘치는데
* 아제르바이잔 : '불의 나라'라는 뜻
라이터 그어대면 검붉은 불 올라오고
용암 대신 올록볼록 진흙 화산 숨 쉬는 곳
땅속에 그득한 보물 신이 내린 선물인가
먹장구름 몰려드는 중부 고원 넘어서니
척박한 황무지가 비단결 푸른 벌로
이곳을 경계로 두고 문명 야만 갈리는지
옛 교회 땅속에는 바이킹 유골들이
카라반 숙소에는 실크로드 그릇들이
역사를 쓰고 있구나 이 땅에 명멸해 간
사람 내 맡아보려 바자에 들렀더니
몸 잃은 양 머리들 눈알을 부릅뜬 채
두 발로 오가는 이들 부럽게 쳐다본다
프레스코 현란한 칸의 여름 궁전에는
주인은 간 곳 없고 오백 살 노거수가
두 팔을 한껏 벌리며 손님맞이 한창이다
번화가 거니는데 섹스 마사지 호객꾼이
내 나이를 착각했나 소매를 잡아끈다
율법이 엄중하지만 이곳도 사람이 사네
아르메니아
연초록 고산지대 흰 눈 덮인 산봉우리
환상적인 풍경이 선경을 방불한데
그중에 콧대가 높은 민족 하나 살고 있다
산 채 껍질 벗기운 사도를 기리는지
이 산비탈 저 산등성 첨탑이 풍년이다
지천인 양귀비꽃에도 십자 문양 또렷하고
* 십이사도 중 성 바로톨로메오가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전승이 있다.
옥빛 세반 호숫가에 야생화 만발하고
반짝이는 윤슬 위로 갈매기 낮게 나니
여기가 천당인 것을 죽어 천당 찾을 건가
바위 동굴 수도원 천 길 절벽 석조 교회는
이교도 신전 앗아 간판 바꿔 단 거라는데
신앙이 무엇이길래 장물아비도 서슴잖나
노아 방주 전설 품은 아라라트 앞에 서니
만년설 인 선경에 외경심이 절로 난다
이 민족 마음의 고향 꿈에서도 보일 듯한
강대국 박해받아 정처 없이 떠난 유랑
수많은 발명으로 인류사에 공헌하니
명석한 두뇌로 치면 유대인 뺨을 치네
자유를 찾았지만 삶은 녹녹지 않구나
꽃다발 두 개 손에 든 아이가 떨고 있다
구체제 그리워하는 노년층도 있다 하니
조지아
교회 첨탑 사이로 포도밭이 펼쳐지고
흰 구름 모자를 쓴 고산이 아득하다
기독교 나라 아니랄까 국기에도 붉은 십자
신앙으로 물리치려 대장경판 새기듯이
요새마다 거대 성당 곳곳에 지었구나
무심한 나비 한 마리 성벽 새로 날아간다
외침에 시달리던 산정 성곽 마을에는
진초록 녹음 속에 야생의 양귀비꽃이
희생된 고혼 달래며 피처럼 피어있다
눈 돌리면 산인데 등산객은 볼 수 없고
서른만 넘어서면 운동도 안 한다는데
그 무슨 조화를 부려 장수를 한단 건지
험준한 벼랑 타고 구름 위로 올라서니
설산에 흰 구름 그림자 내려앉고
외로운 코카서스가 우릴 향해 환호한다
스탈린이 태어났던 고리를 지나가니
소 양 떼 풀을 뜯는 대평원이 펼쳐진다
이처럼 기름진 땅에 독재자가 웬 말인가
검은 파도 넘실대는 흑해에 도달하니
포성과 아비규환 환청이 들리는 듯
가볍던 걸음걸음이 땅에 붙어 천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