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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종교는 무엇을 할 것인가?

  • [SMU새마을뉴스]
  • 입력 2023-08-05 09:43
  • |
  • 수정 2023-08-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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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임에 갈 때마다 가끔 누군가로부터 '정치 이야기 하지 말자'는 비아냥과 빈정거림을 듣습니다. 착각입니다.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처럼 무책임한 국민은 없습니다. '관심 없음' 이라는 자기 생각도 엄연한 하나의 정치 행위입니다. 제 상상의 주먹은 그 사람 면상에 멍자국을 남깁니다.

현실주의라는 단어는 비정한 말일까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현실적입니다. 현실을 살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깊은 산골에서 묵언 참선하는 고승이나 노동자를 착취하여 부를 쌓는 악덕 고용주,

깎아 지르는 듯한 암벽 위에 세워진 수도원에서 침묵 수도하는 수사와 아첨과 요령으로 평생을 산 고위직 공무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앉은 자리에서 고행하는 힌두 지혜자나 연쇄 살인범들도,

현실을 마주하며 가열 차게 살아갑니다.

몽상가나 허무주의자도 때때로 자신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의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사람이 현실적입니다.

 

인간은 신의 상상으로 창조되고 인간은 부여받은 그 상상으로 지구의 문명을 이루었습니다.

아마 상상과 현실 사이를 구분하는 선이 있다고 주장하는 바보는 없겠지요.

모든 상상은 창조적 현실로 나타납니다. 둘 사이를 가르는 선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많은 세속적인 일들을 경험하면서도 진리 찾기에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진리는 항상 단두대 위에 있고 거짓은 늘 왕좌 위에 앉아 있다.'눈 말이 있습니다. 진리를 아는 이가 아무리 작은 무리일지라도 진리는 진리이고, 많은 무리가 따를지라도 진리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아내를, 친구를, 자식을 믿는다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사회는 서로 믿기에 아름답습니다.

 

순수한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신성합니다. 생물의 생명현상,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인류애, 심지어 많은 동물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행동들, 이것들은 경이로움을 넘어 신성하기까지 합니다.

진정한 종교는 가난한 사람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그들을 보듬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유대교나 기독교, 이슬람의 핵심이 그것입니다. 불학이나 유학의 중심사상도 자비요 애민입니다.

종교는 인간을 평등하게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주교니 추기경이니 방장이니 주지스님이니, 담임목사니 무슨 대회장이니 하는, 높은 존칭으로 부르고 치켜세우는 짓은 다 부질없는 똥막대기입니다. 무언가 구별되는 호칭은 있기는 있어야 하지만 그 호칭에 함몰되어 종교가 추구하는 맑은 영혼과 무욕, 무아를 호칭의 뒷꼭지나 뒷자리로 처박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합니다.

 

캐돌릭, 개신교, 불학(불교)의 조직화는 악마의 술수에 놀아나는 인류의 비극입니다. 종교는 스스로 생각하고 내면에서 자신의 신성을 찾을 수 있는 자유로운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종교는 종교 전문가들이 기도와 실천이라는 선한 의도를 통하여, 나아가 고행이라는 수행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의 평등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종교가 조직화되고 부와 명예를 추구할 때에, 그것은 더 이상 신자들이 인간 영혼의 특별한 체험-신비스런 종교적 경험을 할 수 없게 하여 버립니다.

조직화된 종교는 필연적으로 서서히 하나의 이익단체가 되어 갑니다. 세속적 비판으로써, 세금을 내지 않으므로 국민에게 해악을 끼치는 이기적 집단이 되고 맙니다. 이런 종교는 미신과 맹신으로 가속도를 얻어 부패화하면서, 사회와 점점 높은 담을 쌓고 스스로 고립하여 갑니다.

 

각 종교가 내건 슬로건은 훌륭한 사상들입니다. 인류가 사유한 이런 개념들은 결코 어느 한 종교가 독점할 수 없습니다.

“... 베풀며, 나누어 먹고, 즐기며, ... 살아 가요.”

라는 말은 간단하지만 큰 진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가난과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그것은 제자리를 찾아 정착하여 인류가 바라는 선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지구는 여기저기에서 빛을 발하는 인간들로 가득 차 먼 우주에서도 밝게 볼 수 있는 빛나는 행성이 될 것입니다.

老菜/ 묵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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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배 기자 rexc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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