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
  • 편성표
  • 온에어
  • 오프라인매장

  • [SMU새마을뉴스]
  • 입력 2023-08-05 10:03
  • |
  • 수정 2023-08-05 10:07
글자크기

물은 날카로운 칼로 베어지지도 않고 망치로 부서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물 가운데를 갈라놓아도 다시 합쳐진다.

그래서 흔히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라고 한 조상들의 생각이 지혜롭게 다가온다.

물은 벨 수는 없지만 원래의 물과 나뉘어질 수는 있다.

빈 그릇과 같은 용기에 담아짐으로써 구분되고 특이하게도 담겨진 용기의 안쪽 모양대로 형태를 이룬다. 지구 중력에 따라 아래로 작용하는 물리 법칙 때문에 어떤 모양이라도 지어낼 수 있다.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나는 우아한 꽃병 모양을 할래, 난 대왕의 금 술잔이 될 거야!” 라고 고집하지도 않는다. 자기를 주장하지 않고 조물주가 만든 자신의 속성대로 일생을 내맡긴다.

물은 의자, 연필과 같이 한번 정해진 모양 그대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밥그릇 모양, 내일은 커피잔 모양, 그리고 뚝배기나 찻주전자 형태 등으로 변화무쌍하게 자신을 만들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한다. 당연한 것은 소중하다. 숨쉬게 하는 공기, 꽃피게 하는 바람, 만물을 생육번성하게 하는 햇빛. 모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고 정화하여 생명으로 돌려주는 흙과 바다.

그런데 일정한 형태를 지닌 고체 상태의 거의 모든 것은 외력에 의하여 베어지거나 갈라지거나 부서진다.

나는 물의 사람인가, 고형(固形)의 인간인가?

동식물의 체내에는 60% 이상 물이 존재하여 생명 유지의 원천이 되고 있다.

물은 더러운 것을 벗겨내는데 수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천혜의 청소제이다. 물은 더러운 것을 씻어주고 닦아내며 동식물에게 이로움을 주지만 자신을 주장하지 않고 계속 낮은 데로 위치를 잡는다. 참으로 물에게 배울 점이 크다.

물은 흐르면서 자연정화를 하고 고여 있으면 썩는다. 물이 썩으면 사람도 병들고 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인류가 환경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노자의 물 철학,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온유한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물은 천하에서 가장 부드럽지만 물의 힘은 대단하다. 홍수나 쓰나미의 위력만으로도 물의 가공스런 힘을 충분히 알 수 있고, 올 여름 전 세계를 강타한 재앙적 수준의 물 폭탄 사태나, 두꺼운 철판을 정밀하게 절단 가공하는 워터제트 절단기(water jet cutting machine) 라는 기계장비도 물의 위력을 충분히 증명한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은 천하에 모르는 자가 없지만 진실로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설명할 때 물의 속성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세례, 침례 시에 물을 사용하는가 보다. 물은 사랑이다. 세례는 옛 사람의 죽음과 물로 정화되어 나오는 새 사람을 상징하는 의례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지천으로 널린 물, 그러나 경시하면 재앙이 온다.

환경에서 물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만원
  • 3만원
  • 5만원

김양배 기자 rexcto@naver.com

<저작권자 © SMU새마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양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0/300

총 의견수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