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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경우, 8월의 영광과 치욕

  • [SMU새마을뉴스]
  • 입력 2023-08-25 13:13
  • |
  • 수정 2023-08-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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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모든 일에 있어서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다만 내가 마음을 바쳐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걱정하라.'' - 정조 -
8월은 광복(8.15)과 국치(8.29)의 희비가 엇갈린 달입니다.
위 몸 글은 '어떤 일을 하는데 늦은 때란 없다'는 잠언과 일맥 상통하는 말입니다. 이 잠언몸 글은 <홍재전서> 175권 에 기록된 정조의 어록입니다. 정조 이산은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천재성을 지닌 임금이었습니다. 그의 학문은 매우 넓고 깊었기에, 조강, 석강 같은 경연에서 뭇 신하들이 어설픈 학문, 얕은 학문으로 임금을 가르치려다가는 큰 창피를 당하곤 합니다.
그는 선대(영조)는 물론이고 오래된 선대(성종)로부터 점점 권위를 잃어가고 군왕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할아버지 영조가 평생 신하들의 눈치를 보았던 것을 보고 자랐기에, 정조의 통치 로드맵 1순위는 군왕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세조 이후 고종에 이르기까지, 조선 조정의 중신重臣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꽤 괜찮은 민주주의 정체政體의 열매를 향유하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사대로 협박하고 백성은 충효를 베이스로 한 유교적 가치로 통제하고 억압하엿습니다.
당시의 민주주의적 혜택의 이익은 일반 백성들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고, 다만 극소수의 양반 고위 관료들에게만 적용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당시 권신들의 횡포가 심해지기 시작한 세도정치 초기였습니다. 사사건건 임금을 능멸하고 당쟁으로 정치가 썩어가려 할 때였습니다. 바야흐로 정권의 열쇠는 권력 있는 권신이 맡아야 한다는 침묵의 반역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사직과 종묘를 눈앞에 두고 거짓 허리를 숙이는 간신배의 나라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세도정치로 인하여 왕권이 허물어지고 권신權臣이 왕권을 치받고 솟아오르는 때였습니다.
강력한 군주 세조 이후의 조선 임금은, 사대事大의 늪에 빠진 간신들로 꽉 찬 조정에서 거의 군왕의 도를 실천하지 못하고 각종 개혁 정책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조부인 영조도 참으로 눈 뜨고는 못 볼 아들을 죽이는 곤경에 처했습니다. 눈물 흘리면서 분통을 터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축逐 연산군의 중종반정, 살殺 광해군의 인조반정이 간단하게 자행되었습니다. 논란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역사 기록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밝혀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군 君으로 강등당한 그들의 잔혹한 통치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이런 역사 속에서 군왕의 지위가 현저히 약해져서 후대 군왕들의 왕권 약화를 초래하였다는 것입니다.
더 가슴 떨리는 일은, 이로 인하여 서양 문물을 일찍 수용한 욱일승천의 일본 군국 집단에 의하여, 우리가 1910년 8월 29일에 치욕을 당한 일(순종의 합병 칙령 발표일)은 두고두고 뼈아픈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수백 년간 칭송받은 정조의 여러 업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기리지만, 명나라 멸망 150여 년이 지난 그때까지도 신하들의 사대주의에 동조한 점은 참으로 아쉽습니다. 또 출신 성분을 너무 따지는 것도 큰 잘못이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비견되는 천재 다산을 내치고, 고루하고 편협한 문장 형식을 고집한 반명, 다양한 학문을 수용하려는 플렉시블한 사고를 경계하였습니다.
개혁 군주로 출발하였으나 급격하게 보수화되어 버린 임금이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건륭제의 70세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로 청나라에 다녀온 일을 적은 여행기인 <열하일기>를 쓴 천재 연암 박지원의 필체를 문제 삼아, 그를 아끼면서도 숨막히는 교조주의적 성리학에 매몰되어 끝내 그를 내친 사상의 기회주의자이기도 하였습니다.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정세로 보아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백성과 기득권층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그의 행보는 잘못된 통치 이념을 가진 임금이었습니다.
2023년, 우리는 또한번의 국치를 겪고 있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마냥 세비로 지출되는 월급만 받아먹고 살아가는 여의도 소재의 ‘주식회사 국회’에 다니는 직장이라는 비난은 사라져야 합니다.
정부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그리고 고위 공직자, 공기업 종사자들은 속히 제 자리를 찾아 국민을 위하여 힘써 주기 바랍니다.☯

老菜/묵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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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배 기자 rexc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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